비브로스를 퇴사한 지 두 달, 슬슬 경력사항을 정리해야겠다 싶어 PC로 원티드, 리멤버 그리고 링크드인의 프로필 페이지를 접속했다.

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막상 페이지를 마주하니 내가 봐도 참 막막했다. 2023년부터 2년 반 동안 4번의 이직, 그리고 성과란에 작성할 만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. 회사를 다니면서 수 많은 이력서를 검토했었지만 제3자의 시선으로 볼 때 잦은 이직과 성과과 불분명한 이력서는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, 최근의 내 경력사항이 딱 그런 모양새였다.

'아, 나이스하지 않아 보이는데...'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수정할까 하다가 그냥 그만두었다. 각각의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얻은 값진 경험과 작은 성과들이 있긴 하지만, 그보다는 잦은 이직에 대한 사유를 담백하게 적는 것이 경력을 검토하는 사람 입장에서 더 궁금한 점일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과거 나의 선택에 대해서 스스로 담담해지고 싶다는 의지에서였다.

돌아보니 2022년, 큐피스트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뒤로 하고 수 많은 선택을 해 왔다. 특정 직무나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흥미로운 일과 나를 꼭 필요로 하는 곳을 만나 값진 경험을 했고 그만큼 내공도 늘었지만 인생은 꼭 내가 원하는대로만 흘러가진 않더라. 친구와 함께 한 창업에 실패하고, 투자유치도 어그러지고, 함께 일하고자 했던 대표님도 갑자기 물러나는 뜻하지 않은 경험을 함께 하며 나는 40대가 되었다.

이쯤 되면 앞으로 뭐 먹고 살거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기 마련이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. 지난 두 달 중 한 달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었고 나머지 한 달은 이 질문의 답을 내리기 위해 고민했다. 전문분야를 만들어야 하는지, 그간 틈틈히 진행했던 컨설팅으로 직무를 전환해야 하는지, 아니면 공부를 더 할지 등등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2022년의 나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.

나는 필드에서 플레이어로 뛸 때 나의 존재가치를 가장 잘 느끼고 행복하다. 어떤 필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. 단지 뛸 수 있는 필드만 있다면 그곳에 맞추어 나를 잘 변화시키고 진화하는 사람임을 나는 알고 있고, 노력하고 또 믿는다. 가능하다면 죽기 전까지 이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누군가에게는 철없어 보일지 몰라도, 이런 생각을 처음 했던 26살부터 지금까지 결국 변하지 않는 나의 본질이더라.

이렇게 마음을 다잡은 것이 오늘 아침인데, 사람 일이 참 신기한 것이 오후에 이직 관련한 티타임을 진행하면서 딱 이 질문을 받았다. 앞으로 커리어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냐고. 그래서 하나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답할 수 있었다.

결론. 앞으로도 잘 하자. 잘 할거고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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